오픈소스 혁명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두 거인의 혁신)

2023. 1. 11. 10:05hello_world/BIZ 칼럼

 

2019,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창업자이자 미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살아있는 전설인 빌 게이츠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가장 큰 실수는, 내가 어떠한 잘못된 관리에 관여하든 안드로이드가 MS의 것이 아니게 만든 것입니다.”

 

MS 창업자, 초대 CEO 빌 게이츠, 출처) 포토뉴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거장이 지난 날을 회상하며 패배를 인정한 것입니다.

 

MS 1980~90년대 소프트웨어의 상업화를 주도하며 "윈도우"로 대표되는 컴퓨터 OS(운영체제)의 발전을 이끌어 왔습니다.

처음 그들의 전략은 바로 기술보호 전략이었습니다.

선도기업의 지위를 얻은 그들은 당시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을 주도하던 이들을 강하게 비판했으며, 자신들의 기술을 철저하게 보호하면서 독점이윤을 챙겨옵니다. 이렇게 모든 컴퓨터에 윈도우가 들어가게 되었고, MS는 기술을 보호하며 특허권을 쓸어 담아 꽤 오랜시간동안 성공적인 방어전을 치뤄옵니다.

 

그런데, 이 챔피언을 가장 큰 위기로 몰아넣은 도전자, 구글(Google)이 등장합니다.

2007, 전 세계를 뒤흔든 아이폰의 출시 이후 구글은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반면, MS는 그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는데, 그 태풍의 눈이 바로 구글의 안드로이드였던 것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삼성의 브랜드인 갤럭시에 탑재된 운영체재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구글의 전략은 놀랍게도, MS와 달리, 기술을 개방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 즉, 소스코드를 공개하여 누구나 개발, 수정, 유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을 택하여 스마트폰 OS시장에 진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 유일한 애플 IOS의 대항마이자 전 세계 주요국 중 일본과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전 세계 점유율 1위)

한편, 당시 애플과 구글의 질주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08MS도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OS인 윈도우를 핸드폰에 적용하여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안드로이드에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오픈소스 혁명의 시작이자 빌 게이츠가 회상한 큰 실수의 순간이었던 것입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출처) 네이버 블로그

 

구글의 승리(vs 마이크로 소프트)는 곧 오픈소스 전략의 승리를 의미했습니다.

이 충격 이후로, 많은 사람들은 이제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기술 보호가 아닌 기술 공개가 더 적합한 전략임을 인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기술기업들이 자신들이 설계한 코드와 기술을 공개하기 시작하자 개발의 붐이 일어나고 곳곳에서 혁신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그런데, 오픈소스 혁명은 어떻게, 왜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오픈소스 전략이 소프트웨어 산업 환경을 매우 잘 이해한 전략이었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는 그 개발이 누적되어 발전합니다. 누군가 펼처놓은 장에 여러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각각의 창의적인 한 획들을 그어나가며 발전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실제로 전 세계의 특허기관은 소프트웨어 특허를 잘 승인해주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이는 특허를 통해 소수의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와 관련 기술을 독점하게 되면 관련산업의 발전이 저해된다는 논리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0년까지의 통계를 살펴보면 미국의 특허기관은 소프트웨어 특허를 통한 "기술 선점"이 관련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로 무려 98%의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 출원을 거절했습니다.

결국 애초에 소프트웨어가 발전하기 좋은 환경은 기술을 꼭꼭 감추는 폐쇄적인 환경이 아니라 개방을 지향하는 자유로운 환경인 것입니다.

또한, 오픈소스는 전 세계의 개발자들을 안드로이드로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습니다.

오픈의 대상에는 차별이 없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는 개발자들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고 그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개발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전략은 개발자들로 하여금 안드로이드에 익숙하게 만들며 그들을 하나의 거대한 인프라로 만들어버립니다. 실제로 인도와 중국 등의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개발진들이 대거 개발에 참여하게 되죠.

오늘날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세계 1위인 것은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또 대단한 것이 이렇게 안드로이드가 세계 곳곳에 퍼져나가면서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포함해 자신들의 앱 시장인 구글플레이와 웹브라우저인 크롬을 포함한 구글의 여러 서비스들을 연결해 나갔고, 구글을 소프트웨어 시장의 표준으로 만들어냈습니다.

결국 구글의 큰그림은 바로 "구글로의 표준화"였던 셈이죠.

어떻게 보면 그들은 처음부터 모두가 구글을 이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산업의 특징을 간파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감한 혁신을 일으킨 구글의 안목은 모든 경영자들이 배워야 할 덕목입니다.

 

알파벳, 구글의 모기업 / 출처) 네이버 블로그

 

 

"혁명"이라는 수식어는 쉽게 붙는 것이 아닌, 대변화를 이끈 엄청난 영향력에만 허용되는 것이죠. 

오픈소스의 영향력은 결국에 초거대 기업인 MS도 움직이게 만듭니다.

 

 

“리눅스는 암과 같은 존재이다.”

 

 

이는 2001년 당시 MSCEO였던 스티브 발머의 발언인데요. 리눅스는 전세계 오픈소스 프로젝트 대부분의 밑바탕이 되는 공개 운영체계인데, MS가 오픈소스를 얼마나 적대했는지 감이 오실 것입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의 돌풍 이후 2014, 새로운 CEO가 된 사티아 나델라는 정말 재미있는 말을 합니다.

 

 

“MS는 리눅스를 사랑합니다.”

 

 

실화입니다. 결국, 강경파였던 MS 조차 오픈소스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이를 수용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그들은 단순히 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누구보다 적극적인 기술개방에 나서고 있습니다.

스티브 발머가 물러나고 클라우드 서비스와 개발자 도구 등의 사업을 담당했던 사티아 나델라가 CEO로 취임한 이후, 그들은 본격적으로 오픈소스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며 그들의 닫혀있던 문을 과감하게 열기 시작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자 그들은 기존의 윈도우의 이름을 지우고 많은 부분에서 오픈소스를 수용한 MS애저를 새롭게 내놓습니다. 

그리고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도 새 브라우저 엣지에 자체 개발 엔진을 버리고 구글 크롬 엔진인 블링크를 탑재하였는데, 이는 오픈소스 코드로 구성되어 많은 기업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엔진입니다.

또한 그들은 최대 오픈소스 플랫폼 중 하나인 깃허브를 인수하고, OIN에 가입하여 6만건의 특허를 공개하는 등 개방 혁신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MS 3대 CEO 사티아 나델라, 출처) 포토뉴스

 

MS는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어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포기하는 등의 과감한 결단을 통해 과거의 모습을 지우고 있죠.

 

 

오픈소스와 기술공유는 앞으로 그 가치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래에는 더 혁신적이고 더 충격적인 기술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기술들은 어떤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더러 매우 큰 위험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이미 오늘날에도 많은 재화와 서비스가 여러 산업에 걸쳐있으며 많은 기술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에서 기업들이 관련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고 그 가치를 널리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은 기술을 개방, 공유하는 것입니다.

물론, 무작정 모두 개방하는 것은 당연히 어리석은 짓이고 경영자는 치밀한 전략적 분석과 판단 하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겠죠.

 

오늘날에도 여러 분야에서 안드로이드의 도전과 유사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미 7년전 테슬라의 특허공개를 시작으로 도요타도 2만건의 특허를 공개하는 등 인프라 확보와 기술 표준화 전쟁이 한창입니다.

이러한 전쟁은 시장이 열리고 전망이 밝아질수록 계속될텐데, 과연 어떻게 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구글

 

 

저는 구글의 성공에서 그 교훈을 가져가려 합니다.

결국 초거대 기업이었던 MS 조차 움직이게 만든 변화는 모두 구글이 경쟁환경을 바라본 안목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들이 위치한 소프트웨어 산업과 시장 그리고 개발 공급망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이해, 이를 바탕으로 한 과감한 결단.

이것이 안드로이드를 세계 최고 점유율로 만든 원동력입니다.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보다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구글이 소스코드 공개, 기술 공개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그들이 문제가 무엇이고, 그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알고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것을 이용하게 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구글이 정의한 문제인 것이죠. 

실제로 소프트웨어 시장 등 it 산업에서는 단순한 판매수익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에서 나오는 가치가 더 많습니다. (a.k.a 트래픽 효과)

카카오톡의 메신저 서비스가 유료였다면 오늘날의 카카오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만약 카톡이 유료였다면 아마 오늘날 카카오의 광고수익이나 이커머스(e-commerce), 카카오게임즈와 같은 사업은 지금의 성공에 이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구글은 창의적인 해법을 고민하기 이전에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캐치한 것입니다.

 

빌 게이츠와 MS가 후회했던 것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위기를 딛고 시장에서 꿋꿋하게 자신들의 위치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실패가 지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기업의 문화를 바꾸는 일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사티아 나델라가 CEO에 취임한 뒤 고민한 첫 과제는 임직원들을 패배감에서 꺼내줄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엄청난 성공을 바탕으로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기업이 자신들의 영광을 뒤로하고 관습을 모두 뒤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을 것입니다.

실패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모든 것을 뒤바꾼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 또한 많은 경영자들에게 의미있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